
굴착공사 중 토사붕괴 사고는 매몰이라는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인명피해로 직결됩니다. 그런데 법령을 들여다보면,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가 “사전조사 → 굴착면 기울기 준수 → 흙막이 설치 → 정기점검”이라는 단계별 구조로 짜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단계라도 빠지면 나머지 단계가 아무리 완벽해도 사고를 막기 어렵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단계별 기준을 법령 원문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2026년 6월 기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38조·제339조·제340조·제345조~제347조, [별표 11])
굴착 전 — 사전조사부터 시작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38조(굴착작업 사전조사 등)는 사업주에게 굴착작업 전 다음 사항을 점검하도록 의무를 부과합니다.
- 작업장소 및 그 주변의 부석·균열의 유무
- 함수(含水)·용수(湧水) 및 동결의 유무 또는 상태의 변화
이 조문은 2024년 1월 1일 개정으로 기존 제339조에서 제338조로 조문 위치가 바뀌었는데, 단순한 번호 이동이 아니라 “사전조사가 먼저, 그다음이 기울기 기준”이라는 순서를 명확히 하기 위한 구조 정비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법령 스스로도 굴착면 기울기를 계산하기 전에 지반 상태부터 확인하라는 순서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굴착면의 높이가 2미터 이상이 되는 지반의 굴착작업은 제125조에 따른 사전조사·작업계획서 작성 대상에도 해당합니다. 작업장의 지형·지반·지층 상태를 사전조사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한 뒤, 조사 결과를 반영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근로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굴착면 기울기 — 지반 종류별 숫자로 정리

제339조(굴착면의 붕괴 등에 의한 위험방지) 제1항은 지반 등을 굴착하는 경우 굴착면의 기울기를 별표 11의 기준에 맞도록 규정합니다. 2023년 11월 14일 개정으로 기존의 모호했던 “습지·건지” 구분이 삭제되고, 지반 종류를 명확히 4가지로 재분류했습니다.
| 지반 종류 | 굴착면 기울기 (수직:수평) |
|---|---|
| 모래 | 1:1.8 |
| 연암 및 풍화암 | 1:1.0 |
| 경암 | 1:0.5 |
| 그 밖의 흙 | 1:1.2 |
기울기는 “굴착면의 높이에 대한 수평거리의 비율”로, 수직 1을 기준으로 수평 거리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모래 지반은 수직 1미터당 수평으로 1.8미터를 확보해야 안전하다는 의미입니다. 경암처럼 단단한 지반은 상대적으로 가파른 기울기(1:0.5)도 허용되지만, 모래처럼 무너지기 쉬운 지반은 훨씬 완만한 기울기(1:1.8)를 요구합니다.
다만 이 기준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건설기술 진흥법 제44조 제1항에 따른 건설기준에 맞게 작성한 설계도서상의 굴착면 기울기를 준수하거나, 흙막이 등으로 붕괴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별표 11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장에서 구조 계산을 거쳐 설계된 흙막이 공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굴착면의 경사가 구간마다 달라 하나의 기울기로 계산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지반 종류별 기울기 기준에 따라 붕괴 위험이 증가하지 않도록 각 부분의 경사를 유지해야 합니다.
아울러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측구(側溝)를 설치하거나 굴착경사면에 비닐을 덮는 등 빗물 침투에 의한 붕괴재해 예방조치도 제339조 제2항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굴착 중 — 흙막이·방호망·출입금지 조치
제340조(굴착작업 시 위험방지)는 굴착작업 중 토사등의 붕괴 또는 낙하로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미리 흙막이 지보공의 설치, 방호망의 설치, 근로자의 출입 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미리”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붕괴 징후가 나타난 뒤에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예견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굴착면 기울기 기준을 지켰더라도 지반붕괴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흙막이 지보공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판단된 사례가 확인됩니다.
즉 기울기 기준 준수와 흙막이 설치는 별개의 의무이며, 하나를 지켰다고 다른 하나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굴착면 기울기·안전조치 기준을 현장에서 직접 다루는 굴착기 운전 자격을 준비하신다면, 이론과 무료강의가 함께 담긴 교재로 정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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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막이 지보공 — 재료·조립도·정기점검
흙막이를 설치하는 경우 추가로 지켜야 할 기준이 있습니다.
- 제345조(흙막이지보공의 재료): 흙막이 지보공의 재료로 변형·부식되거나 심하게 손상된 것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 제346조(조립도): 흙막이 지보공을 설치하는 경우 미리 조립도를 작성하고, 그 조립도에 따라 설치해야 합니다. 조립도에는 흙막이판·말뚝·버팀대·띠장 등 부재의 배치·치수·재질 및 설치방법과 순서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 제347조(붕괴 등의 위험 방지): 흙막이 지보공을 설치한 경우 정기적으로 다음 사항을 점검하고,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보수해야 합니다 — 부재의 손상·변형·부식·변위 및 탈락 유무와 상태, 버팀대의 긴압 정도, 부재의 접속부·부착부 및 교차부 상태, 침하 정도.
흙막이는 한 번 설치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굴착이 진행되고 주변 하중이 변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구조물입니다.
특히 침하 정도는 초기에는 미세하게 나타나다가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점검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매설물·굴착기계 관련 위험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굴착작업은 지반 붕괴뿐 아니라 매설물 파손, 굴착기계 접촉 사고 위험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제341조(매설물 등 파손에 의한 위험방지)는 매설물이 파손되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이설하거나 보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합니다.
제342조(굴착기계등에 의한 위험방지)는 굴착기계등의 사용으로 가스도관·지중전선로 등 지하 공작물이 파손되어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굴착작업을 중지하도록 요구합니다.
굴착면 기울기와 흙막이 기준만 지키고 지하 매설물 확인을 소홀히 하면, 다른 유형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반 시 처벌
굴착면 기울기(제339조), 흙막이 설치(제340조), 흙막이 정기점검(제347조) 등은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근거한 안전조치 의무에 해당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 토사붕괴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는 굴착면 기울기 기준 위반과 흙막이 지보공 미설치가 함께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어 처벌된 사례가 다수 확인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굴착 작업 전 부석·균열, 함수·용수·동결상태를 점검했는가
- 굴착면 높이 2미터 이상이면 사전조사·작업계획서를 작성했는가
- 지반 종류(모래·연암및풍화암·경암·그 밖의 흙)를 정확히 판단하고 별표11 기울기를 적용했는가
- 빗물 침투 방지를 위한 측구·비닐 덮개 조치를 했는가
- 붕괴 위험이 있는 경우 흙막이 지보공·방호망·출입금지 조치를 미리 했는가
- 흙막이 지보공 조립도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설치했는가
- 흙막이 지보공을 정기적으로 점검(부재 손상·침하 등)하고 있는가
- 지하 매설물 위치를 확인하고 굴착기계 사용 시 파손 위험을 관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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