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 안전 서류는 시공사가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안전보건대장은 다릅니다. 첫 장을 쓰는 사람이 발주자입니다.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 설계자를 정하기도 전 단계에서 발주자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시공사가 아니라 발주자에게 과태료가 갑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획·설계·시공 세 단계에서 누가 무엇을 쓰는지, 대장마다 들어가야 하는 항목은 무엇인지, 그리고 과태료가 실제로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조문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제175조, 시행령 제55조·제55조의2, 시행규칙 제86조)
그 전에 — 우리가 발주자가 맞는지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는 건설공사발주자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
도급받은 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됩니다.
공사를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발주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면 발주자가 아니라 건설공사도급인이 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따라오는 의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발주자에게는 제67조의 대장 작성·확인 의무가 붙고, 위반하면 과태료입니다. 도급인에게는 제63조의 안전조치 의무가 붙고, 위반하면 형벌입니다.
실제 형사재판에서도 피고인이 발주자인지 도급인인지가 다투어진 사례가 확인됩니다.
건설이 본업이 아닌 조직이 건물을 짓는 경우가 전형적인 발주자입니다. 공공기관, 학교법인, 병원, 아파트 시행사, 공장을 증설하는 제조업체 같은 경우입니다. 현장에 직접 인력을 두고 공정을 지휘하고 있다면 발주자로 볼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세 단계, 세 사람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항은 발주자에게 건설공사의 계획·설계·시공 단계별로 조치를 하도록 정합니다. 단계마다 작성자가 바뀝니다.
계획단계 — 기본안전보건대장.
발주자가 직접 씁니다.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유해·위험요인과 그 감소방안을 담습니다.
설계단계 — 설계안전보건대장.
발주자가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설계자에게 넘기고, 설계자가 유해·위험요인 감소방안을 포함해 작성합니다. 발주자는 이를 확인합니다.
시공단계 — 공사안전보건대장.
발주자가 설계안전보건대장을 최초 수급인에게 제공하고, 수급인이 이를 반영해 작성합니다. 발주자는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합니다.
구조를 보면 발주자가 문서를 만드는 것은 첫 단계뿐입니다. 나머지 두 단계에서 발주자의 의무는 제공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확인 의무가 형식적인 서명이 아닙니다.
확인을 하지 않으면 제67조 제1항 위반이 됩니다.
STEP 1 · 계획단계
기본안전보건대장
작성 — 발주자
유해·위험요인과 감소방안, 발주자 본인의 법령상 의무사항까지 직접 작성
STEP 2 · 설계단계
설계안전보건대장
작성 — 설계자 / 확인 — 발주자
발주자가 기본대장을 제공 → 설계자가 작성 → 발주자가 확인·보완 요청
STEP 3 · 시공단계
공사안전보건대장
작성 — 최초 수급인 / 이행 확인 — 발주자
발주자가 설계대장을 제공 → 수급인이 작성 → 발주자가 이행 여부 확인
세 단계 모두 —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에게 기재 내용의 적정성 확인 (법 제67조 제2항, 시행령 제55조의2)
대장마다 들어가야 하는 것
시행규칙 제86조가 항목을 정합니다. 2024년 6월 28일 개정되어 그해 7월 1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기본안전보건대장
공사 개요, 공사현장 제반 정보,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유해·위험요인과 그에 대한 안전조치 및 위험성 감소방안, 그리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발주자의 법령상 주요 의무사항과 이에 대한 확인.
네 번째 항목이 눈에 띕니다. 발주자가 자기 법령상 의무를 스스로 정리해 문서에 남기도록 한 것입니다.
안전보건조정자 선임,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같은 다른 조문의 의무가 여기서 한 번 더 점검됩니다.
설계안전보건대장
안전한 작업을 위한 적정 공사기간 및 공사금액 산출서, 건설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 및 시공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감소방안,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산출내역서 등이 포함됩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발주자가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라 설계용역에 대해 건설사업관리를 하게 하고, 공사기간 및 공사비의 적정성 검토가 포함된 건설사업관리 결과보고서를 받은 경우에는 첫 번째 항목(적정 공사기간 및 공사금액 산출서)을 포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사안전보건대장
설계안전보건대장의 감소방안을 반영한 안전보건 조치 이행계획,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심사 및 확인결과에 대한 조치내용, 고시로 정하는 건설공사용 기계·기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배치 및 이동계획, 그리고 법 제73조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 지도 계약 여부와 지도결과 및 조치내용.
세부 작성 방법과 절차는 제86조 제4항이 고용노동부 고시로 넘겼습니다.
현재 고용노동부고시 제2024-35호 「건설공사 안전보건대장의 작성 등에 관한 고시」가 이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고시는 법령이 아니라 행정규칙이지만, 시행규칙이 직접 위임한 것이라 사실상 작성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전문가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제67조 제2항은 2021년 5월 18일 신설된 조항입니다. 발주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보건 분야의 전문가에게 대장에 기재된 내용의 적정성 등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누가 전문가인지는 시행령 제55조의2가 정합니다.
- 건설안전 분야의 산업안전지도사
- 건설안전기술사
- 건설안전기사 취득 후 건설안전 분야 3년 이상 실무경력자
- 건설안전산업기사 취득 후 건설안전 분야 5년 이상 실무경력자
네 갈래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사내 안전관리자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외부에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이 확인 의무는 제2항이므로, 뒤에서 볼 과태료 대상에 들어갑니다.
적정 비용과 기간 — 의무이지만 과태료는 없습니다
제67조 제3항은 발주자가 설계자와 최초 수급인이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비용과 기간을 계상·설정하도록 정합니다.
공사비를 깎고 공기를 당기는 관행이 재해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조문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다만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제175조 제4항 제3호가 열거한 것은 제67조 제1항과 제2항입니다.
제3항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적정 비용·기간 계상 의무는 법에 명시돼 있지만, 이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의미한 조문은 아닙니다. 적정 공사기간 및 공사금액 산출서는 설계안전보건대장의 필수 항목입니다. 산출서를 빠뜨리면 대장이 미비해지고, 그것은 제1항 위반이 됩니다. 제3항이 제1항을 통해 간접적으로 강제되는 구조입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따질 때도 이 부분이 검토 대상이 됩니다.
대상은 총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시행령 제55조는 제67조 제1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를 총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공사로 정합니다. 조문이 정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금액 기준 하나뿐이고, 관급이든 민간이든 구분하지 않습니다.
총공사금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는 시행령에 없습니다.
하나의 건설공사를 완성하기 위해 발주한 공사금액의 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기준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담겨 있습니다.
다만 고시 원문을 직접 대조하지 않았으니, 분리발주처럼 판단이 갈릴 수 있는 경우라면 고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안전보건조정자 선임 대상도 50억원 기준이지만 근거 조문(시행령 제56조)이 다릅니다.
두 의무는 별개로 판단해야 합니다.
적용 시점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67조는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됐고, 부칙에 따라 그 이후 발주자가 건설공사의 설계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계약 체결 시점이 기준입니다.
과태료는 발주자에게 갑니다
| 위반 내용 | 근거 | 과태료 |
|---|---|---|
| 제67조 제1항 — 단계별 대장 작성·제공·확인 의무 위반 | 법 제175조 제4항 제3호 | 1천만원 이하 |
| 제67조 제2항 — 전문가 적정성 확인 의무 위반 | 법 제175조 제4항 제3호 | 1천만원 이하 |
| 제67조 제3항 — 적정 비용·기간 계상 의무 | 과태료 조항에 열거되지 않음 | — |
부과 대상은 발주자입니다. 시공사가 공사안전보건대장을 부실하게 작성했더라도, 그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발주자에게 남습니다.
구체적인 부과 금액은 시행령 별표 35가 위반 차수별로 정하고 있으니, 실제 금액은 해당 별표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발주자가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
가장 흔한 오해는 설계가 끝난 뒤에 대장을 몰아서 만드는 것입니다. 기본안전보건대장은 계획단계 문서입니다. 설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문서인데, 설계가 끝난 뒤에 만들면 제공할 대상이 없습니다. 순서가 무너지면 뒤의 두 대장도 근거를 잃습니다.
두 번째는 전문가 확인을 형식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시행령 제55조의2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사람에게 확인을 받으면 확인을 받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자격증 사본과 경력을 미리 받아두셔야 합니다.
세 번째는 설계안전보건대장의 단서를 넓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적정 공사기간 및 공사금액 산출서를 뺄 수 있는 경우는 건설사업관리 결과보고서에 공사기간 및 공사비의 적정성 검토가 실제로 포함되어 있을 때입니다. 건설사업관리를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설계 계약 체결 전에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작성했는가
- 우리 조직이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고 있지 않은지, 발주자 지위부터 확인했는가
- 기본안전보건대장에 발주자 본인의 법령상 의무사항과 확인 내용을 담았는가
- 기본안전보건대장을 설계자에게 실제로 제공하고 기록을 남겼는가
- 설계안전보건대장을 확인하고, 설계조건이 부족할 때 보완을 요청했는가
- 설계안전보건대장을 건설공사 계약 체결 시 최초 수급인에게 제공했는가
- 공사안전보건대장의 이행 여부를 공사 중 실제로 확인하고 있는가
- 적정성을 확인한 전문가가 시행령 제55조의2의 네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는가
- 안전보건조정자 선임 의무(제68조)는 별도로 판단했는가
📄 안전관리계획서와 헷갈리시나요?
근거법도 의무 주체도 다른 두 서류를 따로 구분해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