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조사가 이뤄집니다. 지금까지 그 조사 결과는 사업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2026년 6월 1일부터 달라졌습니다. 공단이나 관계전문가가 작성한 재해조사보고서를 고용노동부장관이 공개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설된 제56조의2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공개 시점과 예외는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
그리고 두 갈래로 나뉜 시행일을 조문 원문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 (산업안전보건법 제56조·제56조의2·제162조의2, 부칙 제3조)
바뀐 것은 세 덩어리입니다
이번 개정은 재해조사를 세 방향에서 손봤습니다.
첫째, 조사 대상이 넓어집니다.
기존에는 중대재해가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여기에 화재·폭발, 붕괴 등으로 발생한 일정 요건의 산업재해가 추가되어 ‘중대재해등’이라는 개념으로 묶였습니다.
둘째, 조사 주체가 늘었습니다.
고용노동부장관 외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또는 관계전문가가 별도로 원인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제56조 제2항으로 신설됐습니다.
제3항은 이 조사를 위해 사업장에 출입하고, 관계자를 면담하고,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했습니다.
셋째, 보고서가 공개됩니다.
제56조의2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셋 중 실무 부담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입니다.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 보면, 출입과 자료 제출 요청 권한이 법에 박혔고, 그 결과물이 외부에 공개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재해조사보고서는 누가 쓰고 어디로 가나
제56조의2 제1항입니다. 공단 또는 관계전문가는 제56조 제2항에 따른 원인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중대재해등의 발생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작성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짚을 점이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사업주가 쓰는 문서가 아닙니다.
조사 주체가 작성합니다.
사업주가 제출하는 산업재해조사표(제57조 제3항)와는 다른 문서이고, 근거 조문도 다릅니다.
사업주 입장에서 이 보고서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해 쓰이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무엇을 담을지, 작성 내용의 구체적인 범위는 제4항이 고용노동부령으로 위임했습니다.
조문 단계에서 확정된 것은 ‘발생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이 반드시 들어간다는 점까지입니다.
공개 시점은 ‘공소 제기 이후’입니다
제56조의2 제2항이 공개의 기준선을 정합니다. 고용노동부장관은 동종·유사 재해의 예방을 위하여 재해조사보고서를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 공개합니다.
‘공개할 수 있다’가 아니라 ‘공개한다’입니다. 장관이 공개 여부를 고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뒤에 붙은 단서도 공개를 줄이는 쪽이 아니라 늘리는 쪽입니다.
기준선을 공소 제기 시점으로 잡은 이유는 수사 중인 사건의 내용이 미리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재해 발생부터 공개까지 상당한 시차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고 직후가 아니라 검찰이 기소한 뒤입니다.
다만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수사나 재판의 대상이 아닌 경우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면, 공소 제기 여부와 관계없이 공개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로 가지 않는 재해라고 해서 보고서가 영원히 비공개로 남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공개 대상에서 빠지는 것
제3항이 예외를 둡니다. 재해조사보고서를 공개할 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 제6호 또는 제7호에 해당하는 사항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의 해당 호는 각각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정보,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입니다.
실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뒤의 두 가지입니다. 재해자 개인 정보와 기업의 영업 비밀이 그대로 노출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제외할 수 있다’입니다. 자동 삭제가 아니라 판단이 개입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영업 비밀로 볼 것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남습니다.
공정이나 설비 구성이 재해 원인 분석의 핵심일 때, 그 부분이 원인 설명에 필수적이라면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빠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시행일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혼동되는 지점입니다. 부칙 제3조가 적용례를 나눠 두었습니다.
① 2026년 6월 1일 — 이미 적용 중
대상 조문
제56조(제1항 제2호 제외) 및 제56조의2
내용
공단·관계전문가의 별도 원인조사, 조사 권한(출입·면담·자료 제출 요청), 재해조사보고서 작성과 공개
적용 범위
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중대재해
② 2026년 12월 1일 — 아직 시작 전
대상 조문
제49조 및 제56조 제1항 제2호
내용
조사 대상에 화재·폭발·붕괴 등으로 발생한 산업재해 추가
적용 범위
그날 이후 발생하는 산업재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보고서 작성과 공개 의무는 이미 적용 구간에 들어와 있습니다.
2026년 6월 1일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가 대상입니다.
실제 공개는 공소 제기를 기다려야 하므로 시차가 있지만, 그 시점에 대상이 되는 재해는 지금 이 순간부터 쌓이고 있습니다.
12월 1일에 추가되는 것은 조사 대상의 범위입니다. 그때부터는 중대재해가 아니어도 화재·폭발이나 붕괴로 산업재해가 발생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조사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내년부터 준비하면 된다”는 인식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개 제도 자체는 이미 적용 구간에 들어와 있습니다.
조사하는 쪽에도 의무가 붙었습니다
권한만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제162조에 제3호의2가 신설되어, 제56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원인조사를 하는 자가 비밀유지 의무 대상에 추가됐습니다.
제162조의2도 신설됐습니다. 제56조 제2항에 따라 원인조사를 실시하는 공단의 임직원 또는 관계전문가는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를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봅니다.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들입니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게 조사 권한을 주는 대신, 뇌물을 받으면 공무원과 똑같이 처벌받게 만든 구조입니다.
사업장 입장에서는 이 두 조항이 조사의 성격을 알려줍니다. 임의로 협조를 구하는 절차가 아니라, 법이 권한과 책임을 함께 규정한 공적 절차에 가깝습니다.
사업장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준비할 것은 결국 조사에 제출될 자료입니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로 작성되고, 조사는 사업장에서 나온 자료를 근거로 이뤄집니다.
특히 위험성평가 기록, 안전보건 교육 실시 기록, 점검·정비 이력, 작업계획서는 재해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판단할 때 직접 검토되는 자료입니다. 이 기록들이 사고 이후에 급하게 만들어진 흔적이 보이면, 그 자체가 보고서에 남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공개된 보고서는 동종·유사 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문서가 됩니다. 언론, 노동조합, 거래처, 경쟁사가 모두 독자가 됩니다. 여기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겹쳐 보면, 보고서의 내용은 사업장의 대응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2026년 6월 1일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공단·관계전문가의 별도 원인조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가
- 조사 시 출입·면담·자료 제출 요청에 응할 내부 절차와 담당자를 정해 두었는가
- 위험성평가·교육·점검 기록이 사고 이전 시점에 실제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 가능한 상태인가
- 재해조사보고서가 사업주 작성 문서가 아니라 조사 주체 작성 문서라는 점을 관리자들이 이해하고 있는가
- 산업재해조사표(제57조) 제출 의무와 이 보고서를 혼동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가
-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공정·설비 정보의 범위를 사전에 정리해 두었는가
- 2026년 12월 1일 이후 화재·폭발·붕괴 재해도 조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반영해 대응 계획을 갱신했는가
📄 재해조사보고서와 산업재해조사표, 헷갈리시나요?
누가 쓰고 어디에 내는지 이 두 문서만 따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