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을 부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작업계획서를 만드는 것과 석면조사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하는 사람이 다릅니다. 작업계획서는 사업주가 만들고, 석면조사는 건물 소유주나 임차인이 합니다. 발주자와 시공사가 서로 상대가 할 거라고 생각하다가 둘 다 빠지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특히 석면조사는 안 하면 현장이 멈춥니다. 조사 없이 해체를 시작하면 작업중지 명령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작업계획서에 들어가야 하는 일곱 항목, 석면조사가 일반과 기관으로 갈리는 기준,
그리고 석면이 나왔을 때 이어지는 절차를 정리했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별표 4, 산업안전보건법 제119조~제124조, 시행령 제89조)
두 의무는 주체가 다릅니다
작업계획서 › 사업주
안전보건규칙 제38조·별표 4 제10호. 사전조사 후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
석면조사 › 건축물·설비소유주등
법 제119조. 소유주 또는 임차인의 의무이며 시공사가 아닙니다. 안 하면 해체하는 자에게 작업중지 명령이 갑니다.
해체작업은 사전조사부터 시작합니다
안전보건규칙 제38조는 별표 4에 열거된 작업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고려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뒤 그 계획에 따라 작업하도록 정합니다.
별표 4 제10호가 “구축물등의 해체작업”입니다. 조문이 ‘건물’이 아니라 ‘구축물등’이라는 점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건축물에 한정된 표현이 아닙니다.
사전조사 내용은 해체건물 등의 구조, 주변 상황 등입니다. 구조와 주변 상황을 먼저 파악한 다음,
그 결과를 반영해 작업계획서를 만들라는 순서입니다.
작업계획서에 들어갈 일곱 항목
별표 4 제10호가 정한 작업계획서 내용입니다.
| 항목 | |
|---|---|
| 가 | 해체의 방법 및 해체 순서도면 |
| 나 | 가설설비·방호설비·환기설비 및 살수·방화설비 등의 방법 |
| 다 | 사업장 내 연락방법 |
| 라 | 해체물의 처분계획 |
| 마 | 해체작업용 기계·기구 등의 작업계획서 |
| 바 | 해체작업용 화약류 등의 사용계획서 |
| 사 | 그 밖에 안전·보건에 관련된 사항 |
가목은 “순서”가 아니라 “순서도면”입니다.
글로 적은 순서로는 부족하고 도면이 있어야 합니다.
어느 층 어느 부재를 먼저 뜯는지가 그림으로 남아야 합니다.
나목은 설비를 네 갈래로 나눕니다. 가설설비, 방호설비, 환기설비, 그리고 살수·방화설비입니다.
해체는 분진과 화재 위험이 함께 있는 작업이라 살수와 방화가 한 묶음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마목과 바목은 별도의 계획서를 요구합니다.
작업계획서 안에 기계·기구 작업계획서와 화약류 사용계획서가 다시 들어갑니다.
압쇄기나 대형 브레이커를 쓴다면 마목이, 발파를 한다면 바목이 필요합니다.
라목 해체물의 처분계획도 빠지기 쉽습니다. 폐기물 처리 자체는 다른 법의 영역이지만,
작업계획서에는 처분계획이 들어가야 합니다.
석면조사는 규모와 무관하게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조문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19조입니다.
제1항. 건축물이나 설비를 철거하거나 해체하려는 경우, 해당 건축물이나 설비의 소유주 또는 임차인 등은 다음 사항을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기록해 보존해야 합니다. 조문은 이를 일반석면조사라고 부릅니다.
- 해당 건축물이나 설비에 석면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 해당 건축물이나 설비 중 석면이 포함된 자재의 종류, 위치 및 면적
규모 요건이 없습니다. 철거하거나 해체하려는 모든 건축물과 설비가 대상입니다.
작은 건물이라고 빠지지 않습니다.
의무를 지는 사람도 중요합니다. 조문의 주어가 “건축물·설비소유주등”입니다.
소유주 또는 임차인이고, 시공사나 해체업체가 아닙니다. 공사를 발주하는 단계에서 챙겨야 합니다.
규모를 넘으면 전문기관이 조사합니다
제119조 제2항입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이면
지정받은 석면조사기관에 조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기관석면조사입니다.
조사 항목이 하나 늘어납니다. 일반석면조사의 두 항목에 더해 석면의 종류 및 함유량까지 조사합니다.
규모는 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네 갈래로 정합니다.
| 대상 | |
|---|---|
| 1 | 건축물(주택 제외) 연면적 합계 50㎡ 이상이면서, 철거·해체하려는 부분의 면적 합계가 50㎡ 이상 |
| 2 | 주택 연면적 합계 200㎡ 이상이면서, 철거·해체하려는 부분의 면적 합계가 200㎡ 이상 |
| 3 | 설비의 철거·해체 부분에 단열재·보온재·분무재·내화피복재·개스킷·패킹재·실링재 등을 사용한 면적의 합이 15㎡ 이상 또는 부피의 합이 1㎥ 이상 |
| 4 | 파이프 길이의 합이 80m 이상이면서, 철거·해체하려는 부분의 보온재로 사용된 길이의 합이 80m 이상 |
제1호와 제2호는 조건이 두 개입니다.
연면적 합계도 넘어야 하고, 실제로 뜯는 부분의 면적도 넘어야 합니다.
큰 건물의 일부만 조금 뜯는 경우라면 두 번째 조건에서 걸러집니다.
주택은 기준이 200㎡로 더 높습니다. 주택에는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12호에 따른 부속건축물이 포함됩니다.
제3호만 면적과 부피를 또는으로 연결합니다. 둘 중 하나만 넘으면 대상입니다.
생략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
제119조 제2항 단서와 시행령 제89조 제2항입니다. 석면함유 여부가 명백한 경우 등에 해당하고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확인을 받으면 기관석면조사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 철거·해체 부분에 사용된 자재가 설계도서, 자재 이력 등 관련 자료를 통해 석면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 철거·해체 부분에 석면이 중량비율 1퍼센트가 넘게 포함된 자재를 사용하였음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두 번째를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석면이 없는 게 명백한 경우만이 아니라,
있는 게 명백한 경우도 생략 사유입니다.
다만 저절로 생략되지는 않습니다. 조문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확인을 받은 경우”라고 정하므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제3항도 하나 있습니다. 「석면안전관리법」 등 다른 법률에 따라 석면조사를 실시한 경우에는 일반석면조사 또는 기관석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봅니다.
조사 없이 해체하면 작업중지입니다
제119조 제4항입니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일반석면조사나 기관석면조사를 하지 않고 건축물이나 설비를 철거·해체하는 경우 두 가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
- 건축물·설비소유주등에 대한 조사 이행 명령
- 철거하거나 해체하는 자에 대하여, 그 이행 명령의 결과를 보고받을 때까지의 작업중지 명령
명령이 두 사람에게 따로 갑니다. 조사 의무는 소유주에게, 작업중지는 실제로 뜯는 업체에게 갑니다.
소유주가 조사를 빠뜨렸는데 정작 현장이 멈추는 상황이 됩니다.
해체업체라면 계약 단계에서 석면조사 결과부터 확인해두셔야 합니다.
석면이 나오면 절차가 이어집니다
기관석면조사 대상인 건축물이나 설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함유량과 면적 이상의 석면이 포함되어 있으면, 소유주등은 석면해체·제거업자에게 해체·제거하도록 해야 합니다(법 제122조 제1항).
인력·장비에서 동등한 능력을 갖춘 경우 등 예외는 단서에 있습니다.
여기에 이해충돌을 막는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제122조 제2항입니다. 기관석면조사를 실시한 기관은 그 석면의 해체·제거를 할 수 없습니다.
조사한 곳이 공사까지 맡는 것을 막았습니다.
작업 전에는 신고가 필요하고(제122조 제3항), 작업기준을 지켜야 하며(제123조),
작업이 끝난 뒤에는 공기 중 석면농도가 기준 이하가 되도록 하고
증명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제124조 제1항).
제124조 제3항은 마지막 단계입니다. 석면해체·제거작업을 마쳤더라도 작업장의 공기 중 석면농도가 기준을 넘으면 해당 건축물이나 설비를 철거하거나 해체해서는 안 됩니다.
건축물관리법 절차는 별개입니다
여기까지가 산업안전보건법 영역입니다. 건축물 해체에는 「건축물관리법」에 따른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해체 허가와 신고, 관계전문가가 작성하는 해체계획서, 해체공사감리 같은 것들입니다.
소관 부처가 다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노동부, 건축물관리법은 국토교통부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작업계획서와 건축물관리법의 해체계획서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다른 문서입니다.
근거법도 제출처도 다릅니다. 실제 해체공사에서는 두 갈래를 모두 챙겨야 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해체 작업계획서에 해체 순서를 도면으로 담았는가
- 가설·방호·환기·살수·방화 네 갈래 설비 방법이 모두 들어갔는가
- 압쇄기나 브레이커를 쓴다면 기계·기구 작업계획서를 별도로 만들었는가
- 발파가 있다면 화약류 사용계획서를 넣었는가
- 해체물의 처분계획을 계획서에 포함했는가
- 규모와 상관없이 일반석면조사를 했는가
- 시행령 제89조 네 가지 기준에 해당해 기관석면조사 대상인지 확인했는가
- 연면적과 철거 부분 면적 두 조건을 모두 따져봤는가
- 생략 사유에 해당한다면 고용노동부령이 정한 확인 절차를 거쳤는가
- 해체업체라면 계약 전에 석면조사 결과를 확인했는가
- 기관석면조사를 한 기관에 해체·제거까지 맡기려 하고 있지 않은가
- 건축물관리법상 해체 허가·신고와 해체계획서 절차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가
🔍 우리 건물도 석면조사 대상인가요?
일반과 기관을 가르는 면적 기준만 따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