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용 로봇 사고는 로봇이 고장 났을 때보다 사람이 로봇 곁으로 들어갔을 때 납니다.
그리고 로봇 조문은 그 ‘들어가는 상황’을 세 갈래로 나눠 놓았습니다.
교시 작업을 할 때, 그냥 운전할 때, 수리·청소를 할 때입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2조·제223조·제224조가 각각을 맡습니다. 세 조문은 서로를 인용하며 맞물려 있어서, 하나만 떼어 읽으면 적용 범위를 잘못 잡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업용 로봇 안전기준이 세 조문으로 어떻게 나뉘고 어디서 연결되는지, 울타리 1.8미터라는 기준과 그 예외는 무엇인지, 그리고 안전검사 대상 여부까지 조문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2조~제224조)
세 조문이 나눠 맡는 상황
제222조 교시 등. 매니퓰레이터의 작동순서, 위치·속도의 설정·변경 또는 그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로봇에게 동작을 가르치는 일이고, 조문은 이를 ‘교시 등’으로 부릅니다.
제223조 운전 중 위험 방지. 로봇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다만 조문이 괄호로 범위를 잘라냅니다. 제222조에 따른 교시 등을 위한 운전과 제224조 단서에 따른 운전은 제외합니다.
제224조 수리 등 작업 시의 조치. 로봇의 작동범위에서 수리·검사·조정·청소·급유 또는 결과에 대한 확인작업을 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조정은 교시 등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합니다.
세 조문이 서로를 인용하는 구조라, 지금 하는 작업이 어느 조문의 상황인지부터 정해야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가 나옵니다. 교시를 하면서 제223조 울타리 규정을 찾으면 답이 안 나옵니다. 제223조가 교시를 이미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작업 상황별 적용 조문
교시 등 › 제222조
매니퓰레이터 작동순서·위치·속도의 설정·변경 또는 그 결과 확인
지침 여섯 항목 + 감시자 + 작업 중 표시 (구동원 차단 시 뒤 두 가지 면제)
운전 중 › 제223조
교시를 위한 운전과 제224조 단서에 따른 운전은 제외
울타리 1.8m 이상 + 설치 불가 구간에 감응형 방호장치
수리·검사·청소·급유 › 제224조
운전 정지 + 기동스위치 잠금·열쇠 별도 관리 또는 표지판 부착
세 조문을 잇는 단서 — 운전 중에 작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제222조 각 호를 전부 이행하면 제224조 정지 의무가 면제되고 제223조 적용에서도 빠집니다.
교시 작업 — 지침을 문서로 정해야 합니다
제222조가 요구하는 첫 번째 조치는 장비가 아니라 문서입니다.
여섯 가지 사항에 관한 지침을 정하고, 그 지침에 따라 작업을 시켜야 합니다.
- 로봇의 조작방법 및 순서
- 작업 중의 매니퓰레이터의 속도
- 2명 이상의 근로자에게 작업을 시킬 경우의 신호방법
- 이상을 발견한 경우의 조치
- 이상을 발견하여 로봇의 운전을 정지시킨 후 이를 재가동시킬 경우의 조치
- 그 밖에 로봇의 예기치 못한 작동 또는 오조작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다섯 번째 항목이 눈에 띕니다. 멈추는 방법만이 아니라 다시 켜는 방법까지 지침에 담으라는 것입니다.
정지시킨 사람과 재가동하는 사람이 다를 때 사고가 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조치는 사람입니다.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또는 그 근로자를 감시하는 사람이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운전을 정지시키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정합니다.
세 번째 조치는 표시입니다. 작업하는 동안 로봇의 기동스위치 등에 작업 중이라는 표시를 하는 등,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그 스위치를 조작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단서가 붙습니다. 로봇의 구동원을 차단하고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제2호와 제3호의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원을 끊고 들어가면 감시자와 표시 의무가 빠진다는 뜻입니다.
다만 제1호 지침은 면제되지 않습니다.
구동원을 차단해도 지침은 정해야 하고 그에 따라 작업시켜야 합니다.
운전 중 — 울타리 1.8미터
제223조는 로봇의 운전으로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상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높이 1.8미터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정합니다.
괄호 안에 조절 규정이 있습니다. 로봇의 가동범위 등을 고려하여 높이로 인한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는 높이를 그 이하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소형 로봇이 낮은 위치에서만 움직인다면 1.8미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울타리를 칠 수 없는 구간에 대한 규정도 같은 조문에 있습니다. 컨베이어 시스템의 설치 등으로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안전매트 또는 광전자식 방호장치 등 감응형 방호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조문이 “일부 구간”이라고 못 박은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감응형 방호장치는 울타리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울타리가 불가능한 구간을 메우는 수단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라인 전체를 센서로 감싸면서 울타리를 생략하려면 뒤에서 볼 단서에 기대야 합니다.
수리·청소 — 정지하고 잠그거나 표시하거나
제224조는 로봇의 작동범위에서 수리·검사·조정·청소·급유 또는 결과 확인작업을 하는 경우, 운전을 정지함과 동시에 다음 중 하나를 하도록 정합니다.
기동스위치를 열쇠로 잠근 후 열쇠를 별도 관리하거나, 기동스위치에 작업 중이란 내용의 표지판을 부착하는 등,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기동스위치를 조작할 수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목적이 문언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스위치를 못 누르게 하는 것입니다. 잠금이냐 표지판이냐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그 목적이 실제로 달성되느냐가 기준입니다.
여기에도 단서가 있습니다. 로봇의 운전 중에 작업을 하지 아니하면 안 되는 경우로서, 예기치 못한 작동 또는 오조작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222조 각 호의 조치를 한 경우에는 정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단서가 세 조문을 하나로 묶습니다. 돌아가는 상태로 손을 대야만 하는 작업이라면, 교시 작업에 요구되는 조치 전부를 갖추라는 것입니다.
지침, 감시자, 표시가 모두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운전하는 경우는 제223조 적용에서도 빠집니다.
협동로봇은 울타리 없이 쓸 수 있나
제223조 단서가 그 근거입니다. 고용노동부장관이 해당 로봇의 안전기준이 산업표준화법 제12조에 따른 한국산업표준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기준 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본문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6년 4월 7일 개정으로 들어온 단서입니다. 그 이전에는 로봇을 쓰면 안전매트와 울타리를 갖춰야 했습니다.
협동로봇이라는 이유로 자동 면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안전기준 부합입니다. 어떻게 부합시킬지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배포한 「고정식·이동식 산업용 로봇의 협동작업 안전 가이드」가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가이드는 법령이 아니라 정부가 배포한 안내 자료라는 점을 구분해 두시기 바랍니다.
가이드가 제시하는 충돌방지조치의 뼈대는 이렇습니다. 비상정지장치를 작업자가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하고, 협동운전에 필요한 안전기능을 하나 이상 적용하며, 협동영역을 바닥표시나 표지판으로 표시하고, 위험성을 작업자에게 주지시키며, 설치된 보호장치와 보완대책을 확인하고, 시스템 설정 변경은 권한 있는 사람만 하도록 잠금장치나 비밀번호를 걸고, 협동영역 내 이동 동선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안전기능은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입니다. 속도 및 위치 감시는 작업자와의 이격거리에 따라 속도를 줄이거나 멈춥니다. 핸드가이딩은 작업자가 로봇을 직접 붙잡고 움직이며, 손을 놓으면 정지합니다.
동력 및 힘 제한은 접촉이 일어나도 상해를 입히지 않는 크기의 힘만 전달합니다.
가이드는 이와 별개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어떤 방호가 필요한지는 평가 결과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안전검사와 자율안전확인신고
가이드의 문답에서 확인되는 내용입니다. 산업용 로봇의 충돌방지조치는 자율안전확인신고 대상인지와 관계없이 모두 필요합니다. 2013년 3월 1일 자율안전확인신고 제도 신설 이전에 생산되거나 수입된 로봇도 안전보건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로봇이 안전검사 대상이라면 충돌방지조치를 포함한 안전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근거는 안전검사 절차에 관한 고시 별표 1 제15호입니다. 오래된 로봇이라고 검사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협동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인증’을 받은 경우도 문답에 나옵니다. 이 인증은 산업용 로봇 관련 한국산업표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인증이므로, 취득했다면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충돌방지조치에 해당해 가이드의 조치를 따로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반대로 인증 없이 가이드에 따른 조치를 한 경우에도 규칙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로봇 조문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컨베이어와 지게차가 그랬듯 로봇에도 두 갈래가 걸립니다.
제222조부터 제224조까지가 로봇 전용 조문이고, 여기에 모든 기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문이 더해집니다. 제87조의 회전 부위 덮개 의무, 제92조의 정비 작업 시 운전정지 의무입니다.
로봇에는 제224조라는 전용 조문이 있어 정비 상황을 따로 다루지만, 로봇 셀 안의 다른 설비, 이송장치, 컨베이어는 각자의 조문을 따릅니다. 점검표를 로봇 조문 세 개로만 만들면 셀 안의 나머지가 빠집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교시 작업 지침 여섯 항목을 문서로 정하고 실제로 그에 따라 작업시키고 있는가
- 그 지침에 ‘정지 후 재가동 시 조치’가 포함되어 있는가
- 구동원을 차단하고 작업하더라도 지침(제1호)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 2명 이상 작업 시 신호방법이 정해져 있고 작업자가 숙지하고 있는가
- 울타리 높이가 1.8미터 이상인가, 낮췄다면 가동범위를 근거로 설명할 수 있는가
- 울타리를 칠 수 없는 구간에 안전매트나 광전자식 방호장치를 설치했는가
- 수리·청소·급유 시 운전을 정지하고 기동스위치를 잠그거나 표지판을 부착하는가
- 운전 중 작업이 불가피해 제224조 단서에 기댄다면, 제222조 각 호를 전부 이행하고 있는가
- 울타리 없이 협동작업을 한다면 안전기준 부합을 입증할 근거를 갖추었는가
- 협동운전 안전기능(속도·위치 감시, 핸드가이딩, 동력·힘 제한) 중 하나 이상이 적용되어 있는가
- 협동영역을 바닥표시나 표지판으로 표시했는가
- 안전검사 대상 로봇이라면 검사 기한이 지나지 않았는가
- 로봇 셀 안의 다른 설비에 대해 제87조·제92조를 별도로 점검하고 있는가
🤖 협동로봇이면 펜스를 안 쳐도 되나요?
제223조 단서의 실제 요건, 이 지점만 따로 정리했습니다.
산업 현장을 위한 협동 로봇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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